다이앤 키튼의 소녀-중년의 매력이 돋보이는 두 편의 영화 


애니 홀(Annie Hall, 1977) 

미국, 코미디/로맨스/멜로 93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우디 앨런 (주연) 우디 앨런, 다이앤 키튼, 토니 로버츠 

뉴욕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희극 작가인 앨비 싱어(우디 알렌 분)는 친구와 테니스를 치다 패션감각이 뛰어난 미모의 애니(다이앤 키튼 분)를 보고는 한눈에 반해 버린다. 가수가 꿈인 애니 역시 앨비를 싫어하지는 않는 눈치. 그렇게 사랑에 빠져든 두 사람은 마치 10대들처럼 서투르게 관계를 시작하고, 서로의 성과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차츰 관계가 깊어가면서 두 사람은 어쩔수 없이 서로의 단점들을 보게 된다. 앨비는 자신만만하고 세속적이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면 애니는 주의가 산만하고 끈질긴 구석이 있다. 앨비는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간직하고만 있던 애니에게 꿈을 이루도록 복돋워주고, 공부를 하라고 권유한다. 주위에서는 그런 애니를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애니는 그녀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트집잡는 앨비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던 앨비와 애니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하고, 마침 애니에게 앨범을 제작하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애니는 평소에 원하던 가수의 길을 걷기 위해 앨비와 헤어져 캘리포니아로 떠나는데... 그의 재능이 만개한 대표 걸작으로 앨런 스스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칭하며, 유쾌함 속의 사랑과 인생, 삶에 대한 사려 깊은 성찰이 돋보인다. 유럽 영화 스타일을 가미하기 시작한 이 작품을 기점으로 그의 영화 세계는 좀 더 우아해진다. 아카데미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하고도 고소공포증을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50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수상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미국 2004.02.13 개봉 117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낸시 마이어스 (주연) 잭 니콜슨, 다이앤 키튼 

 

그들이 짜릿하게 엮였다! 

능구렁이 바람둥이 vs 연애에서 손 뗀 그녀 

부유한 독신남 해리 샌본(잭 니콜슨)은 20대의 '영계'들만 사귀며 자유로운 삶을 사는 진정한 플레이보이. 미모의 경매사인 마린(아만다 피트)과 오붓한 주말을 보내기 위해 마린 엄마의 해변 별장에 놀러간 해리는 섹스를 하려던 결정적인 순간에 심장발작을 일으켜 병원응급실에 실려가는 신세가 된다. 나이를 잊고 너무 무리를 했던 탓. 


동생 조(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주말을 보내려고 별장에 온 에리카(다이앤 키튼)는 엉겹결에 해리의 건강이 좋아질때까지 그를 돌봐줘야할 처지가 된다. 저명한 희곡작가로 강인하고 독립적인 성격의 이혼녀 에리카는 한창 나이의 딸이 남성우월적인데다 나이도 훨씬 많은 남자와 사귀는 걸 못마땅해하며 은근히 해리를 경멸한다. 


그러나 단둘이 며칠을 지내면서 같은 연배인 두 사람은 조금씩 친구가 되어가며 묘한 감정이 싹트게 된다. 


하필… 사랑은 동시에 찾아온다 (동시에 찾아오는 기회가 비단 사랑뿐이랴?)

한편 해리의 주치의인 젊은 미남의사 줄리안(키아누 리브스)은 평소에 흠모하던 희곡작가 에리카를 만나자 20여 년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매료되고 만다. 줄리안의 저돌적인 구애에 당황하는 에리카. 해리는 묘하게도 줄리안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에리카는 자신이 평소에 거들떠도 안보던 늙은 여자가 아닌가. 게다가 아직 섹스까진 못했지만 그녀의 딸과 한창 사귀던 중이었기에 더욱 당혹스러운 해리. 에리카 역시 줄리안 보다 해리에게 끌리는 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리고… 


사랑할 땐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신의 엄마와 남자친구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눈치챈 마린은 쿨하게 해리와 '쫑'낼 것을 선언하고 해리 역시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또다시 별장에 둘만 남은 해리와 에리카. 어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에게 다가간 둘은 실로 오랜만에 몸과 마음을 충족시키는 아름다운 섹스를 나눈다. 그러나 오랫동안 자유로운 독신생활을 즐겨온 해리는 자신에게 '정조'를 기대하지 말것을 선언하고, 에리카는 해리와 자신의 기대치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뒤늦은 나이에 실연의 상처로 아파하게 되는데...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영화의 결말이 예상되는 영화/다이앤 키튼의 매력이 십이분 발산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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